디지털페인팅

노하우따위 없는 프로크리에이트로 그림그리기

dwiggy 2025. 4. 24. 15:34
브리저튼 한참 볼때 저 머리카락에 꽂혀 그렸던 그림.jpg


요즘 원데이 클래스 온라인 클래스들이 차고 넘친다. 회사에서 단체로 가죽공방 클래스에 참여해 봤는데 거의 선생님이 해주고 내가 하는 거라고는 반복작업인 실 땀 넣는 거랑 테두리 마감 정도였다. 심지어는 구멍도 선생님이 다 뚫어놓는다. 하긴 그렇게 안 하면 수강생마다 퀄리티가 천지차이가 되어버릴 거고, 시간도 어마어마하게 걸리고, 실패한 경우에는 만족할만한 후기가 나오지 않겠지. 고지식한 타입인 나는 그렇게 만든 마우스패드가 내가 만든 거라고 할 수는 없었다. 다만 회사 일을 떠나 밖에서 직원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며 보냈던 시간은 아직도 즐거웠던 순간으로 기억 중이니 사실상 그 수업은 추억을 파는 것인 셈이다.

미술도 그렇다. 하루 참여해서 신기할 정도로 엄청나게 멋진 결과물을 남길 수 있더라. OOO로 쉽게 그리기, 곰손도 쉽게 하는 OOO 그리기 이런 클래스들 너무너무 많은데 어쩔 땐 부럽기도 하고 새삼 그렇게 쉽게 설명하는 것이 대단하다 싶다.  마치 옛날에 밥 아저씨를 보는 것 마냥 여러 기능들을 이용해서 툭툭 그려 나가는데 20년 그림그린 나도 깜박 속을 뻔했다. 진짜 아무나 그렇게 그릴 수 있는 거라고. 잘 보면 이미 도안이 완성된 그림을, 그 과정을 똑같이 따라 하며 정형화할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하여 같은 기능을 클릭하고 비슷한 위치에 사용하여, 그러니까 원작자의 과정마저 카피하는 과정으로 똑같은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물론 생각보다 작가들은 아주아주 사소한 디테일에서 수강생들과 차이가 있는데, 결국 그 사소한 디테일이 결과물을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그림 그리는게 힘들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겠다. 내가 가죽공방에 가서 그랬듯이.
아 그리고 쉽게 효능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미술학원에서 언제나 실물만 보며 그림을 그리다 누군가가 완성한 것을 카피하는 수업을 딱 한 번 한 적 있다. 완성된 결과물을 보고 그리는 것은 똑같이 백지에 시작하더라도 수준이 다르게 쉬웠고, 내가 이렇게도 빠르게 완성도를 높여 그릴 수 있구나를 처음 느꼈다. 그 그림은 내 그림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어쨌든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기에는 효과적이었다. (그래서 아마 선생님이 그 수업을 했던 모양이다.)
그런 콘텐츠를 여러 개 만드는 것도 그렇다. 예전에 김영만 종이접기 선생님이 그랬다. 매번 수업때마다 새로운 걸 고민해야 했다고. 아이들은 저번에 했던 걸 또 하면 귀신같이 알아챈다고. 노하우 콘텐츠도 그렇다. 뭔가 달라야, 새로워야 사람들이 찾아 줄 것 아닌가. 그리고 완성된 그림도 맘에 들어야 하는데 성인이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어야 할 정도의 난이도여야 하고. 그러나 나는, 아직 내 그림도 어렵기 때문에 노하우를 전할 방법이 없다. 나도 그림그리며 씨름하는 와중에 누구에게 그걸, 그것도 쉽게 완성하도록 알려준단 말이야.. 그것도 과정을 튜토리얼처럼 만들어내다니 참 대단하다.

나는 아직도 그림은 나와 그 그림, 이렇게 둘 만의 시간이고 과정이다. 내가 어떻게 하면 그림이 변하는데, 그 변화 결과는 의도한 대로이기도 아니기도 한다. 그리고 그 그림을 보고 내가 다음 스텝을 시도해 나간다. 그렇게 핑퐁핑퐁 과정을 거쳐서 아주 망하기도, 나름 괜찮기도, 그냥저냥스럽기도 한 게 그림이더라. 내가 배웠던 선생님들도 30년을 그려도 그림이 좋았다 안 좋았다 왔다 갔다 한다고 했다. (심지어는 어제는 너무 안좋아보였던 그림이 다음날 아침 이유 없이 그냥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고 ㅋㅋ) 어쨌든 그림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결과물의 시리즈로 이야기되던데 전혀 이름을 날리지 못하는 나는 아직도 과정에 머물러있는 수준인 것 같다. 물론 아직 그만큼 많은 그림을 완성해내지도 못했다. 그래도 배운게 서말이라고 간혹 사람들이 신기해하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는데 내가 저 그림을 어떻게 그렸는지, 그림 그리는 방법 같은 거 쉽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다. 프로크리에이트 노하우? 딱 하나, 배경색을 흰색으로 두지 말자.

그릴 때는 매우 애써 이리저리 고민하며 그렸는데 타임랩스로 보면 그냥 쉽게 그려진 것처럼 보인다.


완성된 일러스트도 아닌 저 그림을 그리는데 아마 세 시간? 그림은 그렇게나 품이 많이 든다. (시작하기 전에 두 시간 정도 미적거리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 ㅎ) 그러니 직장 다니면 엄두를 못 내는 것이 그림이다. 물론 오래 그린 그림이 꼭 좋은 그림이라고 할 수는 없고, 핑계지만, 예술가를 꿈꿨던 15살이 30대가 되어 돈 버느라, 아이 돌보느라, 집안일도 챙기느라 그림을 못 그리는 이유이다. 일단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내 글이 두서없는 이유도 중간중간 아이에게, 집안일에게 불려나가야 하기 때문이다.